중동 최대 항공사인 에미레이트항공은 지난 6일(현지 시각) 두바이에 세계 최대 규모의 수직 농장을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수직 농장은 도심 건물 안에서 수경 재배가 가능한 농작물을 키우는 아파트형 농장을 말한다. 에미레이트항공은 최근 미국 수직 농장 전문업체 크롭원과 4000만달러 규모의 협약을 체결하고, 올해 말부터 두바이 알 막툼 국제공항 부근에 1만2000㎡(약 3600평) 면적의 수직 농장을 짓기로 했다. 내년 말 완공 이후 이 시설에서 나오는 과일과 채소로 기내식을 공급할 계획이다.

중동 국가들이 수직 농장을 통해 ‘농업 강국’의 꿈에 도전하고 있다. 중동 지역은 사막이 많아 1인당 농경지가 0.19헥타르(약 575평)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연 강수량도 세계에서 가장 적어 농업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하지만 수직 농장은 좁은 면적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고, 일반 농지에서 사용하는 농업용수의 1%만 쓰고도 더 많은 작물을 키울 수 있어 두바이와 같은 사막이나 물 부족 국가를 중심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최근에는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기술까지 더해져 사람 없이도 자동으로 작물의 발육 상태를 점검하고, 습도·온도를 점검할 수 있는 시설로 발전하고 있다.

◇하늘을 향해 쌓는 농장

에미레이트항공은 수직 농장을 통해 매일 2.7t의 과일·채소를 생산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900에이커(약 110만평·여의도 면적의 1.3배) 규모의 농장에서 수확하는 농산물의 양과 비슷하다. 땅 넓이만 놓고 보면 수직 농장에서 단위 면적당 1900배 생산량이 많은 셈이다. 실내에서 작물을 키우기 때문에 미세 먼지로부터 자유롭고, 병충해 위험이 적어 제초제와 살충제를 거의 사용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중동에는 아랍에미리트(UAE)를 중심으로 내년까지 20개의 수직 농장이 새로 지어질 예정이다.

그래픽=김현지

그래픽=김현지

수직 농장은 식물이 자라는 자연환경을 완벽하게 인공 시설로 대체해가고 있다. 우선 햇빛 대신 식물재배 전용 LED(발광다이오드)를 천장에 빽빽하게 설치해 24시간 쪼인다. 식물은 광합성을 할 때 적색과 청색 파장의 빛을 주로 이용한다. 수직 농장에서는 적색·청색 파장대의 빛만 쓴다. 특정 파장의 빛만 내보내기 때문에 백열등에 비해 전기에너지를 80% 이상 절약할 수 있다. 생장 속도도 2~3배 빠르다.

실내 재배에서는 농업용수 확보가 어려울 수 있다. 흙이 아닌 수경 재배로 작물을 재배하는 수직 농장은 더 그렇다. 미국 농업 벤처기업 에어로팜은 지난해 말 미국 뉴저지주 뉴어크에 세운 수직 녹장에 잎채소를 특수 천에 고정시킨 채 뿌리에 물과 각종 영양분을 섞은 스프레이를 분사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그 결과 전통 농법과 비교해 물 사용량을 최대 99%까지 절약하는 데 성공했다. 스프레이 분사는 로봇이 맡았다.

◇4명이 하루 3만6000명분 식량 생산

인구 급증으로 고민하는 중국에서도 수직 농장 건설이 활발하다. 중국 테크기업 산안 시노 사이언스는 지난 5일 중국 푸젠성 안시현에 5000㎡(약 1500평) 규모의 수직 농장을 건설했다고 발표했다. 회사 관계자는 “이 실내 농장에서는 하루에 3만6000명이 먹을 수 있는 8~10t의 채소를 생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농지에서 이 정도 생산량을 유지하려면 300명의 농부가 필요하지만 이 수직 농장에는 관리 직원이 단 4명이다. 모든 조명·환기 시설이 자동화된 덕분이다.

산안 시노 사이언스 관계자는 “최근 환경오염으로 농경지 확보가 어려워지고 있어 깨끗한 채소를 찾는 중산층이 늘고 있다”며 “도심의 초고층 건물 일부를 농장으로 바꾸는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농업 스타트업 플렌티는 지난 1월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 선전 등 대도시에 수직 농장인 ‘신선채소 체험센터’를 세우겠다고 밝혔다. 이 기업은 아마존·소프트뱅크 등 세계적 기업들로부터 2억달러를 투자받았다. 플렌티는 수평 선반과 함께 벽면에서도 작물을 기른다.

최근 국내에서도 수직 농장 도입을 시작했다. 농업법인 미래원은 경기도 평택에 샐러드 채소 50여 가지를 재배하는 수직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는 오는 2020년 완공을 목표로 은평구 통일로 일대와 양천구 목동에 각각 350㎡, 2558㎡ 규모의 수직 농장을 세우고 있다.

[최인준 기자 pen@chosun.com]

출처 : Chosun Biz 2018.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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